[대만/일본] 난생 처음 우육면과 짧은 밤의 시먼딩 산책

.... 
...으어어??

분명 숙소 문을 연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눈을 떠보니 비에 젖은 코트를 입은 채 갈 지자로 엎어져 있는 제가 있었습니다(...).

으... 원래는 한 10분 정도 옷 갈아 입고 발 좀 풀고 야시장이나 가려 했었지만.
이미 누적된 피로로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상태인데다 시계는 7시를 넘은지 오래고,
무엇보다 온 몸이 호러게임마냥 우드득 삐거걱 소리가 울려 퍼지는 탓에 다시 주저앉았습니다.

그렇게 잠깐 멍~하니 침대에 걸터앚은 것도 잠깐. 생각해보니 밥을 안 먹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사온 초밥이 있긴 한데, 대만까지 와서 이걸로 저녁을 때우기는 뭐하고.
계획대로 야시장에 나가자니 길거리에서 객사할 거 같고.

결국 이 근처에서 적당한 현지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로 정했습니다.
마침 숙소가 번화가인 시먼딩 한복판에 있기도 하고, 뭘 먹을까 하던 중...
문득 어렸을 적에 봤던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한자공부를 구실로 미식기행을 하는 만화인데(...)
옛날에는 이걸 보며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꿈을 키웠었죠.

생각해보니 그 때 당시 여기 나온 에피소드 중 우육면이 꽤나 인상깊었던 것도 있고
구글 지도에 검색해보니 바로 앞에 우육면 집이 몇 개 있길래 바로 밖에 나갔습니다.
그렇게 찾은 숙소 앞 가게가 바로 이곳.
가게 이름은 그러니까, 牛... 뭔 글씨여 저건.
사실 호텔에서 제일 가까운 가게는 아니고 걸어서 한 2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가게인데,
뭔가 요란하게 붙어 있고 현지인도 많아서 갔더니, 타이베이 우육면 순위 중 10위권 안에 드는 곳이라는 듯 합니다.
한자는 못 읽지만, 저 10 뒤에 한자가 일본어로 읽으면 다이스키미세(...)인 거 보니 아마 그런 뜻일 거에요.
옆에도 이런저런 기사를 붙여놓은 거 보면 나름 신뢰도는 있는 거 같고...
가게 밖에서 줄을 서야 하고, 사전 주문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인기 좋은 가게인데다,
무엇보다 저 빼곤 외국인이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묘한 신뢰감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주문은 살짝 애매했지만, 이번 여행은 파파고가 함께하니까요.
다행히 혼자 와서 그런지 겸상하는 조건으로 비교적 일찍 들어왔습니다.
저 들어오자 마자 수량이 다 떨어졌다고 안내하는 거 보면 이래저래 아슬아슬했을지도...
식당은 사람수에 비해 굉장히 깔끔하고 회전도 잘되고 있었습니다.
서브웨이처럼 미리 재료를 준비하고 주문 받으면 슥슥 집어서 한그릇 뚝딱 만드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메뉴는... 음..
 여전히 다 한자 밖에 없는 관계로 그냥 밖에서 주문할 때 사진을 보고 시켜서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흔히 알고 있는 빨간 육수를 시킬까 했는데, 가끔 색다른 경험도 할 겸 하얀 국물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나온 우육면(하양).
오오... 아침에 먹었던 국수와는 완전 비교 불가에요.
한 눈에 봐도 윤기 좔좔 흐르는 빛깔
기름기 가득한 육수와 튼실한 소고기
이게 무슨 부위였더라... 어쨌든 쫄깃쫄깃한 그 부위도 잔뜩 붙어 있고
... 음, 넌 뭐니??
어쨌든 대충 만져보니 부드러워 보이는 벌집부위(?) 등등

일단 겉모습은 관전 기대이상이었습니다. 향기도 나쁘지 않고요.
그럼 이제 여행의 피로를 이 국수 한 그릇으로... 라는 심정으로 한 젓가락을 먹은 순간


OH My GOD!!!!!!!!

말 그대로 ''이라는 것이 입 안에서 성대하게 폭발했습니다. 
정말 살면서 먹은 국수 중에서 진짜 엄청 말도 안 될 정도로 맛있어요!!

이걸 뭐라 해야 하나... 뭐라 해야 하나, 2만원짜리 한방 갈비탕에 사누끼 우동을 얹은 느낌?
그러니까 살짝 향내가 나면서 짭조름하고 찌이이인한 고기 육수는 입에 아주 그냥 촥촥 감기고
그 고기는 대체 소고기를 어떻게 요리하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사르르 녹아들어
탱탱한 식감의 면과 아주 극강의 콜라보를 이룹니다.

어쨌든, 이런 맛이 있었다니, 지금까지 인생 완전 손해봤어요!!
하지만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야! 메르시! 구텐닥! 씨에씨에! 땡큐! 감사합니다!
솔직히 단어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님 만세!!
하와와와와...
생각지도 못한 맛집에서 극강의 우육면을 먹은 덕분에 여행의 피로고 뭐고 싸악 나았고,
정신 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한 그릇이 싹 사라졌습니다.

이 우육면이 한 250원쯤 했는데(한화로 8천원 정도?), 진짜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
혹시 타이베이 방문하실 일 있으면 꼭 들려보세요. 진짜 최곱니다.
그렇게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며 밖에 나오니...
어라, 어느새 비도 그쳤네요.

음... 이대로 돌아갈까도 싶지만, 이렇게 힘이 넘치는데다 날씨도 좋아졌는데 그냥 가면 실례죠.
시간도 시간이니 적당히 주변을 구경하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우육면 집 옆에 지나가면서 본 1인 전골집(?)
여기도 사람이 꽤나 많네요. 나중에 여기도 한 번 가볼까...
가게에 100과 韓이 적혀 있는 가게.
아마 한식집이 아닐까 싶네요.
근처 삼거리.
금?생활백?이라고 적힌 가게가 있는데...
정체를 전혀 모르겠네요. 복권? 은행? 그냥 잡화점? 식당?
이 참에 중국어라도 공부해야 하려나요...
대만의 평범한 길거리.
오토바이가 가득합니다. 그러고보면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다 일본 제품들이네요.
대만 상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굴다리(?)
길 위에 가게와 일체화된 지붕이 달려있습니다.

음... 비가 많이 오는 날씨여서 설치한 걸까요? 
대만의 골목길.
꾸밈 없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찰칵했습니다.
그렇게 신기하고 색다른 모습을 보며 길을 걷던 중, 24시간 마트가 있었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까르프인 걸까요?

솔직히 배도 부르고 살 건 없지만, 해외의 마트는 어떤지 호기심이 들어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 와우.
들어오자마자 웬 중국과자가 산더미처럼...

까르프는 외국 기업이라 들었는데, 정작 구성은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느낌입니다.
1층에 푸드코트랑 주전부리가 있고
그 위는 가전매장과 식료품매장이 있는 형식.
내부 구성도 비슷합니다.
일단 사람은 3배 정도 많지만요.
맛있어 보이는 빵과 케이크도 상당히 많았는데,
이미 배도 찼고 들고 갈 가방 같은 걸 전혀 준비 안해서 일단 패스.
과일 코너.
생 파파야는 살면서 처음 봤네요.
반찬 코너.
... 되게 싸네요. 대만은 요리를 안하고 주로 외식을 하거나 사 먹는다고 듣긴 했는데,
이 가격이라면 납득할만 합니다.
솔직히 직접 만드는 건 보기엔 좋아 보여도 실상은 비싸고 힘들고 귀찮고 맛도 영 그러니까요.
확실히 기본 구성은 한국 마트와 별 다를바가 없긴 한데...
가격은 완전 딴판입니다.
일단 콜라 2L가 한화로 약 천원 정도
냉동 만두 수십개가 6천원밖에 안하는데다
웬만한 1인 메뉴는 다 천원 이내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유제품도 마찬가지...
대만 물가가 싼 건지, 까르프가 이런 건지는 몰라도.
거의 한국의 1/3도 안되는 수준이네요.
여담으로 대만의 대표적인 기념푼인 펑리슈와 누가 크래커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만 여행하면서 공항 외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한국인들이 다 여기에 있더군요(...) 
어쨌든 마트 구경은 이쯤 하면 됐고,
이제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죠.
아, 그래도 기껏 마트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가는 건 좀 뭐해서
간단히 만두 하나 사서 가기로 했습니다.
뭣보다 가격이 완전 착해요. 만두 하나에 5백원도 안하고, 음료는 천 원도 안하니까요.
여담으로 이렇게 싼 가격에 산 만두의 퀄리티는
아까 우육면처럼 말도 안되게 맛있습니다...
만두 겉피는 바삭, 속피는 촉촉한데,
안에 큼지막한 고기 완자가 박혀 있는데 육즙이 가득 차다 못해 흘러넘칠 정도에요.
그렇게 기분 좋게 거리로 나오니 어느새 땅거미가 완전히 지고, 바람도 쌀쌀한 게 정말 밤이 다 됐네요.
처음 걷는 거리에서 처음 먹는 음식을 먹으면서, 2년 만에 맞이한 낯선 이국에서의 밤이라...
음, 음. 나쁘지 않네요. 여행은 역시 이래야죠.
물론 감회에 젖어있기만 하면 안되죠.
돌아가는 길에 근처 패밀리 마트에 들려 칫솔과 치약을 구매했습니다.

호텔이 저가형이어서 수건 외에는 안 주는 것도 있고,
원래 여행 다닐 때 왠만한 생필품은 현지구매를 하다 보니 이번에도 하나도 안 챙겨 왔거든요.
(맛있는 푸딩 아이스크림은 덤)
이 외에도 다른 편의점에 들려 이것저것 사고...
늦은 거리를 달리는 차들을 지나 쉬엄쉬엄 숙소에 돌아왔습니다.
이걸로 오늘 여행도 정말 끝이네요...

이제 좀 쉴...

려고 했더니 기다리고 있는 연어초밥(...)
... 완전 까먹고 있었어요.
이거 냉장고에도 안 넣는데, 괜찮으려나...
내일 아침으로 먹자니 이 방엔 아무리 봐도 냉장고가 안 보여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뭐, 소고기도 좋지만 연어도 나쁘진 않으니... 결국 그냥 먹기로 했습니다.
마침 사온 된장국도 있어서 같이 먹었는데...
일단 얘는 미소국에 소금 한 바가지 넣은 맛이고(...)
초밥은 전부 연어읹 줄 알았는데 위에는 다른 생선(?)인듯한 식감이었습니다.
뭔가 쫄깃한 맛이라 해야 하나...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은 맛인데, 
시 그냥 사자마자 먹을 걸 그랬네요. 살짝 아쉽.

그럼 이제 진짜로 쉬어야...
....... 야

........ 아 맞다. 얘도 있었지.
겉 보기에는 뭔가 가득찬 인절미 같은데, 과연 얜 또 어떤...
.............

떡에 웬 모래, 아니 깨가 한 바가지 씩이나....
...떡의 정체는 콩가루를 묻힌 깨떡(?)이었습니다.
맛은 뭐라 해야 하나, 대만 특유의 그... 감칠맛이나 뒷 맛 싹다 빼고 요상야릇한 단 맛만 남긴 그 느낌?
이걸 사카린 맛이라 해야 하나 뭐라 해야 하나... 여튼 그런 식감의 떡에...

그와 비슷한 조미를 하고 간 깨가 아주 꽉꽉 차 있습니다.
덕분에 안그래도 밍숭밍숭한 맛과 함께 목이 막혀 죽을 거 같아요(...)
으으... 현지인이 줄 선다고 해서 다 맛집은 아니군요.

그렇게 어떻게든 떡과 연어를 다 먹은 후, 이제 좀 진짜 쉴까 하고 누워서 tv를 켰더니
... 어째서인지 데스노트의 마지막 화를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차 마시다 뿜을 뻔 했어요(...)
여담으로 대만도 애니메이션 더빙은 별로 안하는지, 그냥 자막으로 틀어주네요...
그러고보니 한국도 요새 애니메이션 더빙을 별로 안하는 추세였죠.


한국 게임 더빙은 이렇게 굉장히 퀄리티 좋게 나오는 걸 생각하면 참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에요...
아까 타이베이역에서 봤던 걸 생각하니 또 착잡한 맘이 없잖아 드네요.

뭐, 이건 일개 소비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일단 채널을 돌렸는데
(......)
한국에서도 잘 안 보던 무한도전을 해외 tv에서 보게 되다니 이게 무슨...
... 어째선지 채널을 돌릴 떄마다 참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런 기묘한 우연이 있을 줄은...

결국 마땅히 볼 것도 없어 일단 TV는 이쯤보고
하루동안 묵은 피로를 씻고,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하루를 위해 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과연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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