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일본] 다시 찾은 타오위안 공항과 공항노숙

2년 만에 다시 올라 탄 비행기의 탑승 준비...
이제 처음의 그 긴장과 설렘은 비교적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묘하게 가슴 벅차오르는 순간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겪는 당연한 심리현상이라고는 해도, 역시 여행은 이 때가 가장 흥분되는 것 같기도 해요. 
평소에는 돈을 내서라도 창가자리를 앉는 편이지만
이번엔 그럴 여유가 없는 건 둘째치고, 어차피 밤에는 아무것도 안보이기도 해서 그냥 통로에 앉았습니다.
여담으로 기내 자체는 사진으로 보다시피 상당히 작은 편.
그러고보니 타이거 항공 기내식은 맛있기로 소문났다고 하는데, 궁금하긴 하네요.
비행기값도 간신히 마련할 정도로 예산이 간당간당해서 포기했지만...
이번 여행은 역시 예산 문제로 포기한 게 너무 많은 듯 하네요.

사실 이 타이거 항공 자체도 일단 싼 맛에 간 거긴 한데, 엄청 비좁고 덜컹거립니다.
덕분에 쪽잠도 못자고 거의 반쯤 웅크리다시피 한 채 3시간을 지내야 했어요.

그렇게 다시 한 번 묘한 부유감을 느끼며 지상에 착륙 했는데...
...엥?
웬지 모르지만 내려보니 비행기 활주로였습니다.
피치항공도 그렇고, 저가항공들은 왜 다 사람을 활주로에 내보내는 걸까요.
일단 정신 없이 바로 앞에 있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만,
굳은 자세로 앉아 있던 피로감이 날아갈 정도로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후 6일 내내 어딜 갈 때마다
"분면 사전에 조사할 때는 이런 정보 없었는데???"
라는 멘붕에 빠지게 된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뭐, 다소 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예상에 없는 일정은 나름의 흥분감을 주니까요.
그렇게 달밤의 셔틀버스 창가에 기대서서 입국심사 준비를 하다 드디어 공항 문가에 도착했는데...

동시에 도착한 버스들에서 사람 수십명이 나타났습니다.
이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전력질주했습니다만
나름 뛰다시피 갔는데도 불구하고...
입국심사대 앞에 관광객으로 이루어진 병마용갱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한중일은 기본이고,2년 동안 구경도 못하던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수백명 이상 몰려 있는 걸 보니
그대로 정신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는데, 대만이 이렇게 인기 좋은 여행지였나요...
 
그나마 와이파이는 잘 터져서 어찌어찌 버텼지만
결국 입국심사 받는데까지 1시간 반 이상이나 되는 시간이 잡아먹혀 버렸습니다.

참고로 정작 심사 받는 데는 3분도 안 걸렸습니다.
하하, 이런 망할
그렇게 빈사상태의 정신을 붙잡고 어찌어찌 공항에 들어섰지만...
유심 센터에도 사람이 와글와글(...)

게다가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유심센터가 문을 닫은 상태였고
결국 울며격자로 더 돈이 많이 드는 칩을 사야 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구매도 하고, 인증도 해고 급히 지하철을 타기 위해 달려갔지만
..........
하긴, 애초에 유심 센터가 다 문 닫은 시점에서 지하철이 운영할 리가 없지
시간표를 보니 어차피 입국 심사대에서 발목 잡힌 사이에 운행이 끝난 듯 하네요.
... 머리로는 이해해도 역시 충격이 엄청났습니다.

전에 여행하면서 다신 하기 싫다고 맹세한 일이 공항 노숙이었는데...
게다가 전에 했던 건 그나마 계획에 있던 일이었는데...
그걸 없는 돈 끌어 모아서 떠난 2년 만의 해외여행에서, 그것도 일정에도 없는데 해야 하다니...

그나마 인천, 하네다와 달리 넓다란 푸드코트가 있어 그런지 밤 새기에는 나름 편하긴 했습니다.
테이블 바로 옆에 콘센트가 있어 충전도 할 수 있었고, 이번엔 노트북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곤 해도 수능 때도 안 한 밤샘을 왜 또...
노트북이나 휴대폰이 있다고는 해도 결국 할 수 있는 건 수백번 들여다 본 글을 다시 읽는 것 외엔 할 게 없고...
혼자 온 여행이니 캐리어 지켜 줄 사람도 없고, 쪽잠은 더더더욱 무리고
해외까지 와서 한다는 짓거리가 결국 폰질이냐, 이럴거면 뭐하러 없는 돈 그렇게 쏟아 부었냐...

등등등, 이런 부정적 사고가 머릿속을 맴돌 정도로 멘탈이 박살 나는 것도 지겨워서...
휴대폰이 대충 충전되자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정처 없이 공항을 떠돌았습니다.

불 다 꺼진 공항과 사방에 즐비한 노숙인 동지들을 보니 참 여러모로 옛생각이 나긴 했어요.
다신 보기 싫었떤 광경이어서 그렇지
결국 바람이나 쐴까 해서 밖으로 나가려던 차, 마침 편의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한자는 전혀 읽을 수 없지만, 다행히 영문표기가 병행되어 있네요.
그러고보니 셔틀버스를 탈 때는 워낙 정신 없어서 체감을 못 했는데
그냥 얼어 죽을 것 같은 한국과 달리 대만의 2월 날씨는 가을비가 내리는 늦가을과 엇비슷한 느낌입니다.
얇은 옷에 껴입은 코트가 오히려 무겁게 느껴질 정도에요.

2년간 봐온, 하늘을 가득 매운 별무리는 보이진 않지만
외지에서 포근하게 내리는 이슬비와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보내는 시간도 이렇게 보면 그렇게 나쁘진 않아요

....

.... 라고 '비'에 대한 긍정적이고 쓸데없는 감성에 빠진 마지막 순간이 아마 지금 이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멍하니 편의점에 갈 때만 해도 몰랐어요.
이 나라가 얼마나 습도에 쩔었는지, 여행에 있어 비라는 존재가 얼마나 악영향을 느끼는지...
뭐, 그건 여행 다 끝나고 쓰는 지금의 일이고
어쨌든 그렇게 밖에 나와 다시 다른 건물로 들어가서야 편의점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건물 이름이나 위치는 기억 안 나지만, 쓸데없이 길었던 건 어렴풋이 생각나네요. 
사실 4년 전에 대만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조부모님과 함께 와서 그런지 편의점을 거의 못 갔는데...
그래서 그런지 경험해보지 못한 외국의 편의점에 대해 나름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어째서인지 입구에서 부터 괴상쩍은 한약향이 풍겨왔지만 이것도 그런 기대감에 자연스럽게 묻혔어요.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어째선지 선반에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삼각김밥
가격은 대체로 50원... 한화로 대충 2천원쯤 하네요.
대만의 자랑인 다양하고 양도 많은 컵라면도 한가득 있습니다.
예전 여행에서 저 만한대찬을 꽤나 맛있게 먹었는데 말이죠.
그때만 해도 인지도가 별로 없는 제품이었는데, 지금은 방송에도 나와서 그런지 상당히 유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산 뒤 다시 비를 맞으며 아까 그 푸드 코트로 복귀했습니다.
참고로 어째서인지 전자레인지는 없어서 일단 컵라면에 물만 받아서 왔어요.
처음에는 그냥 또 만한대찬이나 살까 했지만, 새로운 맛에 도전하고 싶어 구입한...
... 어, 화뭐시기 면? 한자는 영 모르겠지만 일단 순한 맛처럼 보여서 샀습니다.
뜯어서 보니 일단 닭고기 베이스의 라면으로 보이는데...
맛은 소금기가 상당히 센 편입니다. 그래도 건더기는 한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풍족하네요.
입가심으로 산... 광??미
영어로는 Rice Milk라고 되어 있는... 일단 우유 비스무리한 뭔가 같습니다.
맛 자체는 물에다 탄 코코아 맛이라고 해야 하나.. 식감은 코코넛 우유인데 맛은 카라멜 사탕이라 해야 하려나...
어딘가 끈적한 목넘김이면서 밍밍하면서 단 맛입니다.

저도 제가 무슨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맛이 뭐라 설명하기 참 애매해요.
덤으로 4년만에 마신 흑송 소다(가칭)는...참 한결 같은 맛이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건 또 어떤 느낌이냐면...
마실 때마다 있던 입맛도 단박에 날려버리는 대만 음식의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는데
첫 맛은 맥콜, 중간은 한약향이 가득 담긴 팹시, 끝맛은 배즙이라고 해야 하나요?

좋게 말하면 한국에서는 마실 수 없는 이국적인 음료수고, 나쁘게 말하면 거지 같...
.... 같은 불만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새벽이 밝아 왔습니다.
불 다 꺼진 공항의 전광판도 다시 밝기를 더하기 시작했고요.
...자, 이제 비행기에서 3시간, 입국 심사대에서 2시간, 공항에서 7시간.
약 12시간 동안 망부석 신세를 벗어나 드디어 본격적으로 대만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음, 어째 시작할 때부터 이 모양인데... 과연 어떻게 되려나요?

[대만/일본] 여행의 시작, 대구 공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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